진언종을 연 구카이(고보대사, 774〜835)의 발자취를 따라 시코쿠의 88곳 성지를 순례하는 순례길, '오헨로'. 고토덴 야시마역에서 북쪽으로 가면 야시마산 위에 있는 84번 후다쇼(참배의 표시로 패를 받는 곳)인 야시마지 절로 이어지는 순례길이 나옵니다. 이곳은 등산길 중에서도 걷기 쉬운 길입니다. 바닥은 돌바닥과 계단으로 정비되어 있어 걷기도 편하며 사적과 성지 등 곳곳에 볼거리도 있어 가볍게 트레킹하기에 참 좋습니다. 사계절 내내 자연을 느낄 수 있는 1시간의 순례길 산책에 나서 보지 않겠습니까?
JR과 고토덴의 야시마역에서도 편리하게 갈 수 있는 야시마 지역. 주택가에 있는 간판을 이정표로 삼아서 순례길로 들어가면 울창한 자연에 둘러싸인 급경사길이 나옵니다.
"처음에는 경사가 급하지만 조금 더 가다 보면 완만한 언덕길이 나와요." 라며 격려해 주는 이는 '활기찬 YASHIMA를 만드는 모임'의 회장인 오카코 이치로 씨입니다.
야시마 섬에 대해서라면 모르는 게 없는 베테랑 가이드로 JR 야시마역의 관광안내센터에서 토요일과 일요일, 공휴일 10시~15시에 야시마 섬 주변 관광정보를 제공하고 가이드도 하는 등 관광객으로서는 무척 마음 든든한 존재입니다.
"이 순례길에는 구카이, 헤이안시대 후기의 시인인 사이교 법사(1118〜1190)를 모시는 사적이 몇 군데나 있습니다. 그것도 보러 갑시다."라고 말하며 나무들로 둘러싸인 길을 올라갑니다.
순례길 입구에서 이어지는 급경사길을 올라가다 보면 가지수(加持水)가 있습니다.
구카이가 야시마 섬을 올라갈 때 물을 마시려고 해도 샘이 없어서 기도를 하자 바위틈에서 물이 솟아났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는 샘입니다. 근처의 연못이나 우물이 말라도 이 샘물은 마르지 않는다고 합니다.
(※ 지금은 마시는 물로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석불 옆에는 구카이가 썼다고 전해지는 범자도.
아운노코큐(阿吽の呼吸, 호흡이 잘 맞다는 의미)의 阿吽(아훔, 산스크리트어 a-hūṃ의 음사. 아(阿)는 처음으로 입을 벌리면서 내는 소리로서, 최초·근원·원인·발생을 뜻하고, 훔(吽)은 입을 다물었을 때의 소리로서, 최후·끝·결과를 뜻함)이 남아 있습니다.
유명한 고승도 오르막길인 참배로 때문에 고생하며 이곳에서 잠시 쉬어갔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자 친근감이 느껴집니다.
순례길은 마치 나무들의 터널 같습니다. 주변은 너도밤나무를 닮은 잎이 큰 나무들로 무성해 한여름에도 시원한 그늘을 제공해 주고, 나뭇잎 사이로는 바람이 불어 더위를 식혀줍니다.
두 번째로 가 볼 곳은 구와즈노나시(不喰梨, 못 먹는 배)입니다.
구카이가 야시마 섬을 올라갔을 때 맛있어 보이는 배나무가 있어서 그 배나무 주인에게 "하나 보시하십시오."라고 부탁했더니 "이것은 먹을 수 없는 배입니다."라고 거절당했다고 합니다. 그러자 그 다음해부터 나무에서는 배가 열리지 않게 되었다고 합니다.
길 중간에서는 작은 지장보살도 가끔 보입니다.
지역의 자원봉사자가 꽃을 공양하고 있는 등 아주 소중하게 모시고 있다는 느낌을 줍니다.
산 정상이 가까워지면 산 한 면이 다타미를 겹쳐 놓은 것 같은 광경이 펼쳐집니다.
다타미이시라고 불리는 판 모양 기암으로 규칙적으로 갈라진 선이 특징입니다.
다타미이시 앞에는 사이교 법사가 야시마지 절을 참배했을 때 읊었던 시가 조각되어 있는 시비가 있습니다. 깨져서 알아보기는 힘들지만 '宿りしてここに仮寝の畳石 月はこよいの主なりけり(여기 바닥돌을 숙소 삼아 잠시 눈 붙이고 달은 오늘 밤의 주인이 되고)'라는 시구가 남아 있습니다.
사적 3곳을 지나면 이제 곧 목적지에 도착합니다.
마지막으로 계단을 올라가면 야시마지 절의 산문(인왕문)이 그 모습을 드러냅니다.
문을 지나면 사천문, 본당이 이어져 나옵니다. 자동차와 버스로 올라가면 동대문을 통해 들어가게 됩니다. 산문에서 들어가 본당까지 곧장 이어진 정식 코스를 밟고 가는 것은 순례길을 걸어온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특권입니다.
본당 옆에 있는 미노야마 다이묘진에는 일본 3대 너구리로 알려져 있는 다사부로타누키 너구리가 모셔져 있습니다. 지브리 영화에 등장하는 캐릭터의 모델로 유명하며 가정화목과 인연맺기에 효험이 있다고 알려져 일본 전국 각지에서 많은 사람들이 다사부로타누키를 만나러 옵니다.
야시마지 절을 참배한 후 서쪽에 있는 사자의 영암전망대로 갑니다.
표고 290m 전망대는 다카마쓰와 세토나이카이 바다의 아름다운 섬들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절경 포인트입니다.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경치는 순례길을 따라 걸어온 지친 심신을 잊게 만듭니다.
야시마 섬의 순례길은 구카이의 발자취를 따라 울창한 자연을 느끼며 걷는 트레킹 코스입니다. 산책 중인 지역 주민들, 순례길을 걷는 또 다른 길동무와 함께 순례의 길을 걸어보지 않겠습니까?
2018.8.28 / 야시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