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인도에서 일본으로 전해졌다고 알려져 있는 시시마이(사자춤).
일본 전국적으로 사자춤 문화가 남아 있지만 일본에서 가장 작은 현인 가가와현에는 일본에서 가장 많은 사자춤 팀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놀라울 정도로 밀집되어 있는 사자춤 팀! 그 까닭을 알아보겠습니다.
나무들이 형형색색의 옷으로 갈아입고 금목서의 향이 향기로운 가을이 되면 가가와현 곳곳에서 북소리와 징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사자춤 하면 신년 행사를 떠올리지만 가가와현에서는 다릅니다. 가을이 바로 사자춤의 계절입니다.
천하태평과 오곡풍년을 기원하며 지역마다 신사에 사자춤을 봉납해 왔습니다.
신사를 중심으로 나누어진 사자춤 팀이 촌락별로 파생되어 한때는 1200팀이나 되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800팀 정도지만 신사별로 동네별로 다 다릅니다." 사누키 시시마이 보존회 회장인 소고 미쓰루 씨가 가가와현의 사자춤에 대해 설명해 줍니다.
오랜 세월에 걸쳐 구전되어 왔기 때문에 같은 신사에 소속되어 있는 사자춤 팀이라도 춤이나 곡, 악기, 용어가 전혀 다르다고 합니다.
"지금이라면 동영상으로 남겨서 전할 수 있지요. 하지만 그렇게 하면 형태가 고정되어 버립니다. 가가와현의 사자춤은 옛사람들의 가르침과 연기자의 개성이 잘 어우러져서 지금도 진화하고 있습니다."
보존회 설립을 계기로 사자춤 팀들 사이의 교류가 조금씩 늘어나 맥이 끊어졌던 사자춤이 다시 부활되었다는 지역도 있습니다.
이렇게나 재미있는 가가와의 사자춤 문화를 다 같이 보호하고 계승해가고 싶다고 소고 회장은 열정을 담아 설명합니다.
사자춤을 볼 때 주목해야 할 곳이 바로 사자의 몸통 부분인 유탄(기름에 결은 천)입니다.
전국시대에 승리한 무사나 용호 등 상서로운 기운이 강한 모티브가 고급스러운 실크에 그려져 있는 것도 가가와현만의 특징입니다.
"사자는 나쁜 기운을 몰아내고 오미코시(제례 때 신위(위패 등)를 모시고 메는 가마)가 지나는 길을 깨끗이 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강해야 합니다."
사누키 시시마이(사자춤)의 유탄을 수없이 제작해온 오카와하라염색본포를 방문했습니다. 7대째 오너인 오카와하라 마코토 씨가 공방을 안내해 주셨습니다.
가가와현의 전통 공예인 사누키 노리소메는 찹쌀에 석회 등을 섞은 풀을 천에 발라서 나중에 칠하는 염료가 풀칠을 한 부분에는 염색되지 않도록 하는 기법입니다.
감물 먹인 종이(일본 전통 종이)로 만든 통에 풀을 넣고 짜면서 천에 바릅니다.
가을 수확에 감사하며 봉납하는 사자춤이기에 유탄의 노리조메에 사용하는 풀은 가가와현에서 수확한 쌀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염료를 칠하고 고온에서 찐 다음 헹구면 윤곽 부분의 풀이 떨어집니다. 풀이 있던 곳은 천의 원래 색인 백색으로 남아 있습니다.
선명하게 발색된 유탄은 사자춤의 움직임을 한층 더 멋스럽게 만들어 줍니다.
유탄을 새로 만들 때 디자인을 가지고 오는 사자춤 팀도 늘고 있다고 합니다.
장인들의 고전적인 디자인과 달리 팀이 직접 가져오는 디자인은 자유로운 발상으로 기발한 것이 많다고 합니다.
장인들을 곤란하게 만드는 요구도 있지 않느냐며 고생한 에피소드라도 들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슬쩍 이야기를 꺼냈더니 예상외의 대답이 돌아옵니다.
"정해진 틀 안에서 어떻게 대응할지를 생각하다 보면 도리어 재미있습니다. 아무리 전통공예라고는 해도 지금까지와 똑같은 것만 반복해서는 요즘 시대에 살아남을 수 없지요. 늘 도전해야 합니다."
보는 사람까지 즐거워지는 다양한 유탄. 거기에는 전통을 소중히 여기면서 새로운 것에도 끊임없이 도전하는 의욕적인 장인들이 있었습니다.
사자춤은 9월과 10월에 주로 주말에 많은 신사에서 볼 수 있습니다.
가을 제례 행사가 이 시기에 열리기 때문에 자신이 사는 지역 외의 사자춤을 볼 기회가 좀처럼 없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사자춤이 가가와현을 대표하는 민속예능으로서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신사만이 아니라 다양한 사자들이 모이는 사자춤 이벤트도 개최하고 있습니다.
"11월 초순에 다카마쓰시에서는 《사자춤 왕국 사누키》가 개최됩니다.
가가와현 내에서만 약 60팀의 사자춤 팀이 한곳에 모이므로 그 광경은 그야말로 압권입니다."
지역에 따라서는 '교쿠치', '다이코치'라고 불리는 아이들이 멋진 춤과 북 연주를 선보이기도 합니다.
각지에서 모인 사자춤 팀은 개성도 강해서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해 줍니다.
가부키의 요소를 도입한 스토리성이 있는 《도라가시라노 마이(虎頭の舞)》에 많은 사람들이 푹 빠져 있습니다.
자웅 2마리의 사자가 사이좋게 성장해가는 모습을 표현하는 《싯포코류 혼무라미요토 시시마이(七宝古流本村夫婦獅子舞)》는 용맹스러운 북소리와 조화를 이루어 박력이 대단합니다.
수많은 사자춤 팀 중에서도 특히 귀중하게 여기는 《도라가시라노 마이(虎頭の舞)》는 가가와현 지정 무형민속문화재이며, 《싯포코류 혼무라미요토 시시마이(七宝古流本村夫婦獅子舞)》는 미토요시 지정 무형민속문화재이므로 한 번은 꼭 보기를 바랍니다.
아이들에게는 사자머리를 만드는 워크숍이 인기가 많습니다. 골판지를 조립하고 색을 칠해서 자신만의 사자 머리를 완성합니다.
400년 이상 전부터 지역에서 계승되어온 사자춤 문화.
지금까지 계승되어 온 원동력에는 사자를 만드는 전통공예와 그것에 생명을 불어넣는 사자춤 팀의 구성원들 그리고 사자춤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그랬듯 앞으로도 가가와현의 가을은 사자춤의 계절이 될 것입니다.
시대와 함께 유연하게 형태를 바꿔가면서 더욱더 멋지게 발전해 나가리라 기대해 봅니다.
2019.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