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옻의 역사는 유구하며, 약 9000년 전의 유적에서 칠기가 출토되었습니다.
헤이안 시대에는 건물에 옻칠을 하기도 했고, 가마쿠라 시대에는 옻칠한 집기류가 유행하는 등 일본인에게 친숙한 공예품입니다. 무로마치 시대에 들어서 중국에서 새로운 기법의 칠기가 전해졌습니다.

가가와현에서는 옻 공예가 얼마나 깊게 뿌리내렸을까요? 가가와현 옻 공예 연구소를 찾아가 보았습니다.

가가와 옻 공예의 볼거리

에도 시대에 다카마쓰번이 다도와 꽃꽂이 등 문화 예술을 장려하여 공예품 제작도 번성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가와 옻 공예의 시조’라 불리는 다마카지 조코쿠의 공적이 알려져 있습니다.

다카마쓰의 사야누리시(칼집에 옻칠을 하는 장인) 집안에서 태어난 다마카지 조코쿠는 교토에서 공부하던 때에 중국과 동남아시아에서 전해진 진귀한 칠기와 만나면서 그 기법을 연구했습니다.

고향으로 돌아온 뒤에는 다카마쓰번의 어용장인으로 일하며 중국과 동남아시아의 ‘긴마(蒟醤)’, ‘존세이(存清)’, ‘조시쓰(彫漆)’의 기법을 발전시켜 가가와 옻 공예의 독자적인 기법을 확립했습니다.

가가와 옻 공예는 ‘색칠(色漆)’로 자아낸 다채로운 배색과 ‘조각칼’로 조각한 섬세한 문양이 특징입니다.

옻나무의 수액이 옻의 원료입니다. 채취한 수액은 ‘생칠(生漆)’이라고 하며 칠기의 밑바탕으로 이용합니다. 생칠에 열을 가한 것이 ‘투명칠(透き漆)’, 투명칠에 광물이나 안료를 더하면 ‘색칠’이 됩니다.

에도 시대와 메이지 시대에는 검은색, 빨간색, 초록색, 노란색, 갈색의 한정된 색깔밖에 없었지만, 쇼와 초기에 들어서 투명칠에 티타늄 분말을 섞은 백칠(白漆)이 탄생하여 다양한 색깔을 만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참고로 흑칠(黒漆)은 안료가 아니라 철가루를 섞어 옻의 산과 철의 화학 반응을 이끌어내어 검은색으로 변화시킵니다. 안료가 아니므로 얇게 칠하면 투명하고, 덧칠하면 검은색에 깊이가 느껴집니다. ‘칠흑’이란 이 흑칠의 깊이 있는 검은색을 가리킵니다.

긴마 기법에 사용하는 긴마검은 가가와 옻 공예의 독특한 도구입니다. 일정한 두께의 선을 새기는 ‘각검(角剣)’과 강약이 있는 선을 새기는 ‘환검(丸剣)’의 2종류가 있고, 표현하고 싶은 선에 따라 나누어 사용합니다.

가가와 옻 공예의 5가지 기법

가가와 옻 공예에는 긴마, 존세이, 조시쓰와 더불어 고토누리(後藤塗), 조코쿠누리(象谷塗)의 5가지 기법이 있습니다.

긴마

나무나 대나무로 만든 기물 위에 옻을 덧바르고 긴마검으로 문양을 새깁니다. 새긴 홈에 색칠을 채우고 표면을 평평하게 갈아 여분의 색칠을 제거하면 문양이 부각되는 기법입니다.

발상지인 태국과 미얀마의 긴마는 ‘선조(線彫)’가 주류지만, 가가와현에서는 ‘점조(点彫)’와 ‘면조(面彫)’로 진화했습니다. 날카로운 선부터 바림하듯 부드러운 점묘까지 섬세하고 풍성한 묘사에 주목하여 감상해 보세요.

존세이

옻을 덧칠한 기물에 색칠로 문양을 그리고 조각칼로 윤곽 및 세부를 선조합니다. 새긴 곳에 금가루 등을 채워 문양을 표현합니다.

조시쓰

다양한 색의 색칠을 수십 번 덧칠하여 색칠의 층을 만들고 층을 파내어 문양을 그립니다. 파낸 깊이에 따라 색이 단계적으로 변화하기 때문에 조각을 통해 입체감도 생겨납니다. 치밀하게 계산된 독특한 세계에 이끌려갑니다.

고토누리

나무 기물에 밑바탕을 칠한 뒤 직접 주칠(朱漆)을 덧바릅니다. 손가락으로 바르는 것을 ‘나데고토(なで後藤)’, 솜방망이 등으로 두드린 것을 ‘다타키고토(たたき後藤)’라고 합니다.

섬세한 잔물결 같은 모양이 특징입니다. 은은한 주칠은 4~5년이 지나면 선명한 색으로 변화합니다.

조코쿠누리

녹로로 나무 재료에 굴곡을 만들어 옻을 덧칠합니다. 완성된 옻이 마르기 전에 오목한 부분에 줄가루를 바릅니다(줄이란 연못이나 강에 군생하는 식물). 무광 처리 효과가 있으며 손때 묻은 듯 고풍스러운 빛깔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가가와 옻 공예 연구소의 1층 홀에는 옻 공예 작품을 상시 전시하므로 감상해 보세요.

계승되는 전통 기술

가가와현 옻 공예 연구소는 가가와 옻 공예의 기법을 보존하기 위해 연구생을 육성하고 있습니다.

옻 공예를 배울 수 있는 공적 기관은 전국에서도 가가와현 다카마쓰시와 이시카와현 와지마시 2곳뿐입니다.
긴마, 존세이, 조시쓰의 기술을 배울 수 있는 곳은 가가와현 옻 공예 연구소뿐이며, 전국을 비롯하여 해외에서도 연구생이 배우러 옵니다.

실습에서는 옻의 소지(素地)를 만드는 법도 배웁니다. 점토로 조형한 것을 석고로 본을 뜨고 삼베를 이용하여 기물을 만드는 건칠기법.
대오리를 엮어 만드는 아지로(대오리 따위를 엮어 삿자리처럼 만든 것)는 대나무를 가늘게 쪼개는 것부터 만든다고 합니다.

연구생은 수료 후 5년, 10년에 걸쳐 자신의 작풍을 만들어갑니다.

가가와 옻 공예를 구매할 수 있는 쇼핑 명소 3곳

직접 사용해 봄으로써 가가와 옻 공예의 진정한 매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평소에 흔히 사용하는 그릇이나 쟁반, 평생 사용하는 가구 등 자신에게 맞는 가가와 옻 공예를 일상생활 속에서 경험해보시는 것은 어떠세요?

다카마쓰시에 있는 가게 3곳을 소개해드립니다.

분신도(文新堂) 칠기공업 유한회사

5가지 기법의 가가와 옻 공예 작품이 모여 있는 가게입니다. 자사의 장인이 제작한 그릇과 소품을 중심으로 판매합니다.
긴마의 장인이 줄어든 지금은 덩굴이나 봉황처럼 전통적인 문양이 그려진 긴마 기법의 작품이 귀중합니다.

유한회사 소케고토본(宗家後藤盆)

고토누리를 고안한 고토 다헤이의 기술을 대대로 계승한 고토누리 전문점입니다. ‘질 좋게, 사용하기 쉽게, 신선하게’라는 고토 다헤이의 말에 따라 전통을 지키며 부담 없이 즐겁게 사용할 수 있는 작품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5대 주인인 다카코 씨는 젊은 층도 사용할 만한 디자인도 제안합니다. 고토누리의 새로운 디자인인 ‘도트 시리즈’는 인기만점입니다.

주식회사 모리시게(森繁)

가가와 옻 공예의 기법에 모던 디자인을 가미한 고급 가구는 부지 내에 있는 자사 공장에서 나무 재료부터 옻칠까지 일괄적으로 제작됩니다.
현대식 주택에도 어울리는 디자인이므로 수입 가구와 이루는 조화를 즐기는 분도 계신다고 합니다.

옻 공예 체험

가가와 옻 공예를 더욱 깊게 접하고 싶은 분께는 옻 공예 체험을 권해드립니다.

나카타싯키(中田漆木)에서는 젓가락에 옻 그림 그리기 체험 및 작은 접시로 조시쓰 기법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체험 시설이라도 진짜 옻으로 체험할 수 있는 곳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체험은 사누키 옻 공예 미술관에서 실시합니다).

외국인에게도 인기만점인 젓가락에 그림 그리기에 도전합니다. 나카타 가나코 씨가 가르쳐 주십니다.

우선 젓가락의 길이와 색깔을 고릅니다. 이어서 밑그림을 그립니다.

도안이 떠오르지 않는 분이라도 견본이 있으니 안심하세요.

무슨 색의 색칠을 이용할지 결정하고 붓으로 그립니다.

다 그린 젓가락은 1주일 정도 건조시킨 뒤 우편으로 발송됩니다.

주의 사항

• 옻독을 방지하기 위해 체험 시에는 소매가 손목까지 덮고 목이 벌어지지 않는 복장을 착용해주세요. 같은 옻나무과인 망고를 먹고 가려움을 느끼시는 분은 옻독이 오를 가능성이 큽니다.
• 체험 정원은 2명 이상 8명 이하까지입니다. 9명 이상이 체험을 원하신다면 상담해주세요.
• 체험 시간은 1시간입니다.
• 3일 전까지 전화로 신청해주세요.

전국 각지에 옻 공예의 산지가 있지만, 가가와현에서는 색칠과 독자적인 조각 기법으로 가가와 특유의 옻 공예 문화가 꽃피었습니다.
보고 만지며 체험하여 가가와 옻 공예의 세계를 가까이에서 느껴보시는 것은 어떠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