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은 작품을 소장하여 전시하고 관객은 그 ‘보물’을 보러 방문합니다. 그렇게 엮인 작품과 관객의 관계성을 아티스트 고노이케 도모코 씨는 자신의 전시회를 통해 계속해서 탐구하고 있습니다.
세토우치 국제예술제 2022에서는 오시마 섬과 다카마쓰시미술관의 ‘The Birth of Seeing Tomoko Konoike’(기간:2022년 7월 16일~9월 4일)를 열어 작품과 관객을 잇고 관계성을 완전히 바꾸고자 시도하고 있습니다.
다카마쓰시미술관 Tomoko Konoike ‘The Birth of Seeing’
‘The Birth of Seeing’은 눈뿐만 아니라 손으로, 코로, 귀로, 그리고 인력과 호흡으로 보는 - ‘Seeing’을 다양한 신체 부위로 확장하여 미술관이라는 공고한 건축과 자연계와의 사이에 새로운 통로를 열고 있습니다.
고노이케 씨는 전람회 때마다 미술관과 자연계를 잇는 보이지 않는 ‘오솔길’을 찾고 있다고 말합니다. ‘오솔길’은 작품과 관객 사이를 잇는 접착제 같은 역할을 합니다.
다카마쓰시미술관에 펼쳐진 ‘오솔길’을 둘러보세요.
현관의 "Leather Black Kite"에서 시작된 끈은 눈이 불편하신 분을 위해 전시장 전체에 마련되어 길잡이가 됩니다. 장애물이 있는 곳에는 작은 표시가 되어 있거나 전환되는 장면에서는 소재가 바뀝니다. 눈이 불편한 분께서 작품을 만지며 즐길 수 있는 것도 ‘The Birth of Seeing’의 특징입니다.
인간이 만든 컬렉션과 자연계에서 순환하는 "Animal Droppings Model"
2층 전시실로 들어서면 학예원*1이 다카마쓰시미술관의 소장품 중에서 고른 작품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그중에 고노이케 씨의 신작 "Animal Droppings Model"이 살포시 놓여 있습니다.
수장고 안에서 소중하게 보관 중인 컬렉션은 전 세계인이 많은 것을 만들고 남겨 온 증거입니다. 한편, 자연 속에서 버섯균이 되거나 산의 영양분이 되는 등 순환하고 있는 "Animal Droppings Model".
“분명 관객은 ‘왜 이걸 두었나요?’라고 묻겠지요. 그러면 저도 ‘왜일까요?’라고 말할 겁니다.”라며 고노이케 씨는 그 모습을 상상하고 즐거운 듯 웃습니다.
"Animal Droppings Model"은 보는 이의 마음에 ‘뭔가 이상하다’는 기분을 자아냅니다.
“10년 전이라면 과격한 표현이라거나 반체제적이라고도 했을지도 모르는 표현이지만 요즘 관객은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지요. 제 생각과 전혀 다르게 받아들였을지도 몰라요. 오해할지라도 작품과 놀며 무언가를 느끼길 바랍니다.”라고 고노이케 씨는 말합니다.
"Animal Droppings Model"은 상상력을 펼치는 ‘오솔길’로 이끌어 줍니다.
다카마쓰시미술관에서 오시마 섬으로 이어지는 조간대
‘The Birth of Seeing’에는 또 하나의 ‘오솔길’이 있습니다.
‘The Birth of Seeing’에는 1층에 ‘조간대’라는 또 하나의 오솔길이 있습니다. 그곳에서는 The Birth of Seeing Tomoko Konoike의 일부로 참여한 다양한 분의 작품들이 파도처럼 밀려와 힘찬 에너지를 주고 있었습니다.
자유롭게 표현된 다양한 작풍의 그림은 소위 말하는 ‘작가의 그림’은 아닙니다.
한센병 국립요양소 기쿠치 게이후엔의 회화 클럽 '긴요카이'의 작품입니다.
고노이케 씨는 이 그림들과 대면했을 때 받은 인상을 “내 상상을 훨씬 뛰어넘는 재미가 있어 점점 이끌렸다.”고 회상합니다.
이 전시는 고노이케 씨와 큐레이터 조자 에미 씨가 만나면서 실현되었습니다.
‘긴요카이’는 1953년에 어느 간호사의 호소로 시작된 회화 클럽입니다. 지도하는 선생님이 계신 것도 아니라 모두 독학으로 그렸습니다. 많을 때는 약 30명의 회원이 활동했지만 서서히 숫자가 줄어 현재는 2명뿐입니다. 회원이 세상을 떠난 뒤, 유족이 챙기지 않은 그림은 소각 처분되었습니다.
구마모토 현대미술관의 학예원이었던 조자 씨는 그림 보존 활동에 전념하고자 퇴직하여 각지에서 긴요카이의 회화전을 개최하고 있습니다.
긴요카이의 그림은 꼼꼼하게 그린 것도 있는가 하면 미숙하고 어설픈 것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이 ‘The Birth of Seeing’과도 이어지는, 사람이 말을 익히는 감각과 비슷하다고 고노이케 씨는 느낍니다.
‘한센병 환자가 그렸다’는 배경에 사로잡히지 않고 순수하게 ‘좋다’, ‘재미있다’고 즐기기를 바랍니다.
미술관이라는 딱딱한 벽에 걸린 그림들은 조금 긴장된 얼굴로 관객을 기다립니다.
"The Storytelling Table Runner project"는 여행지에서 만나는 사람과 펼치는 ‘오솔길’
“같은 것을 설치하고 끝내는 순회전이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살아서 변화하니 작품도 그런 방법이 있어도 괜찮지 않을까?”
고노이케 씨는 그런 생각을 하며 각지의 전람회가 개최되는 동안에 그 지역 사람과 대화하거나 그 지역의 요리를 먹는 등 인생의 통과점 속에 미술이라는 일이 있다는 걸 의식했습니다.
어느 날, 문득 식탁에 즐비한 음식을 바라보며 ‘내 전람회장은 벽에 전시되는 것이 아니라 테이블에 있다’는 생각이 번뜩였다고 합니다. 생활 속에서 생겨난 이야기를 "The Storytelling Table Runner project"라는 미술적인 방법으로 ‘번역’한 순간이었습니다.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에게 들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고노이케 씨가 밑그림을 그리고 이야기한 당사자가 테이블 러너로 완성했습니다.
재료가 된 이야기는 신문에 실릴 법한 사건도, 마을 행사도 아닌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그 사람 마음속의 추억 이야기입니다.
작품 소재의 부드러운 질감이나 따뜻함과는 정반대로 어딘가 삶의 애환과 부조리가 배어 나오는 것 같기도 합니다.
조간대는 다카마쓰시미술관과 바다로 가로막힌 오시마 섬을 잇습니다.
조간대가 펼치는 ‘오솔길’을 지나 세토우치 국제예술제 2022의 전시장인 오시마 섬을 방문해 보세요.
【세토우치 국제예술제 2022】다카마쓰항에서 배를 타고 오시마 섬으로
세토나이카이 바다에 떠 있는 오시마 섬은 다카마쓰항에서 동쪽으로 약 8km 떨어진 곳에 있는 섬이며 섬 전체가 국립 요양소 오시마 세이쇼엔입니다.
Ringwanderung에 나타난 새로운 길
고노이케 씨는 세토우치 국제예술제 2019의 출전 의뢰를 받고 2018년에 처음으로 오시마 섬을 방문했습니다.
섬에 도착했을 당시를 “평온한 섬인데 깔끔하게 관리되고 보호된 공간에 숨이 막혔다.”고 말합니다.
숨이 막혀 도망치듯 갔던 북쪽 산에서 사람 두 명이 겨우 지날 수 있을 정도로 오붓한 오솔길을 발견하여 마침내 제대로 숨통이 트였다고 합니다.
그것은 1933년에 젊은 환자들이 만든 1.5km 산책로였습니다.
수십 년 동안 아무도 들르지 않아 덤불로 뒤덮였던 그 길을 고노이케 씨는 전기톱으로 개간하여 세토우치 국제예술제 2019의 작품 “Ringwanderung”*2을 창작했습니다.
“Ringwanderung은 관리된 안전한 요양소로 돌아올 수 있다는 안심감을 줍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그곳을 탈출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2019년에 개최된 뒤, 고노이케 씨는 오시마 섬의 해안 조사를 반복하여 바다로 탈출하는 새로운 길을 모색했습니다.
2022년 세토우치 국제예술제, 닫혀 있던 Ringwanderung의 둥근 고리가 열리며 살아남기 위한 ‘도주 계단’이 나타납니다.
그 도주 계단은 ‘The Birth of Seeing Tomoko Konoike’의 조간대에 전시된 와카바야시 이사무의 작품 "Model for the Green Constellation of the Unicorn"(가나가와현립 근대미술관 기탁)과도 통합니다.
cafe SHIYORU "The Storytelling Table Runner project"와 긴요카이의 그림
{인연의 집}cafe SHIYORU는 ‘다정한 미술 프로젝트’의 작품 중 하나로, 2019년에 오픈했습니다. 2022년, 그곳에 고노이케 씨의 "The Storytelling Table Runner project"와 긴요카이의 그림이 더해집니다.
cafe SHIYORU에 전시된 "The Storytelling Table Runner project"는 고노이케 씨가 기쿠치 게이후엔과 오시마 세이쇼엔을 방문했을 때 입소자에게 들은 에피소드를 바탕으로 했습니다.
"The Storytelling Table Runner project"와 긴요카이의 그림은 조간대가 되어 다카마쓰시미술관의 작품을 오시마 섬의 해변으로 꾀어냅니다.
오솔길을 잇는 것은 관객 자신
“인간은 상상력을 더욱 발휘할 수 있는 방법을 많이 갖고 있다.”고 고노이케 씨는 말합니다.
자신과 전혀 다른 상대와도 오솔길을 만들어 관계성을 구축할 수 있다. 그 길잡이를 만드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다른 사람과 오솔길을 만들다가 막히면 산이나 동물처럼 인간 이외의 것에 물어보는 것도 좋을 겁니다.”
작품을 통해 오솔길을 잇는 고노이케 씨의 여행은 앞으로도 계속됩니다.
*1 다카마쓰시미술관의 학예원과 그 후 순회하는 시즈오카현립 미술관, 아오모리현립 미술관의 학예원을 포함하여 3명이 선정
*2 Ringwanderung이란 독일어로 안개나 눈보라 등으로 방향 감각을 상실하여 무의식중에 동심원을 그리듯 빙빙 헤매는 것
다카마쓰시미술관 The Birth of Seeing Tomoko Konoike
- 일시
- 기간:2022년 7월 16일(토)~9월 4일(일)
- 영업시간
- 9:30-17:00( 전시실 입장은 폐관 30분 전까지 ) 금요일과 토요일은 9:30-19:00
- 정기휴일
- 월요일. 단, 7월 18일(월, 공휴일) 및 8월 15일(월)은 개관, 7월 19일(화) 휴관
- URL
- https://www.city.takamatsu.kagawa.jp/museum/takamatsu/event/exhibitions/exhibition_2022/exhibitions_2022/ex_20220716.html
- 대응언어
- 日本語
세토우치 국제예술제 2022 오시마
- 일시
- 기간:2022년 여름 8월 15일(월)~9월 4일(일), 가을 9월 29일(목)~11월 6일(일)
장소:오시마 https://setouchi-artfest.jp/artworks-artists/artworks/oshima/
작품 No. os11 Ringwanderung
https://setouchi-artfest.jp/artworks-artists/artworks/oshima/402.html
작품 No. os08 The Storytelling Table Runner project in National Sanatorium Oshima Seishoen
https://setouchi-artfest.jp/artworks-artists/artworks/oshima/273.html
작품 No. os12 The golden pig that tells a story(긴요카이의 회화)
https://setouchi-artfest.jp/artworks-artists/artworks/oshima/403.html
2022.9.1 / 다카마쓰시미술관 The Birth of Seeing Tomoko Konoike